올해 1월 택배시장의 새 지평을 열겠다며 야심차게 출범한 ‘드림택배’가 극심한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8개월 만에 운행 중단을 선언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드림택배가 밝혔던 포부는 상호처럼 꿈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드림택배의 위기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뒤부터 계속됐다. 매달 수십억 원에 달하는 적자가 발생했고, 누적된 채무 규모는 수백억 원에 달했다. 돈을 받지 못하는 협력업체들이 하나 둘 늘어났고, 일부는 수십억 원의 운송료를 받지 못하게 되자 서비스를 중단하고 드림택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드림택배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택배 서비스를 유지해왔지만 지난 8월 3일 터미널 도급업체가 인력 공급을 중단하면서 수일 째 운행이 멈춰버렸고, 결국 본사는 운행 포기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배송 물량은 대거 이탈…본사 직원도 대부분 퇴직
취재 결과 드림택배의 배송 물량은 크게 감소한 상태였다. 위기를 감지한 고객들이 대거 이탈했다는 뜻으로, 드림택배 출범 당시 애정을 표시하며 회생을 바랐던 이들만 남아 피해를 입은 꼴이 됐다.
출범 초기 40~50만 건 수준이던 드림택배의 하루 물동량은 최근 10만 건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운행이 중단된 직후 최종 배송지로 이동하지 못해 터미널 등에 발이 묶인 상품도 약 10만 개 정도나 되기 때문에 화주와 소비자의 추가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화주 중에서는 특히 중소형 전자상거래 사업자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 배송 지연에 대한 배상 절차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공산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한 전자상거래 업체 관계자는 “며칠 전 파업 때문에 배송이 늦어져 죄송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오랫동안 거래했었기 때문에 믿고 맡겼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서 당황스럽다”라면서 “배송 지연과 운행 중단소식까지 들었지만 지금까지 보상과 관련해서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운행 중단과 배송 지연 사태를 해소해야 할 드림택배 본사 직원들 역시 대거 이탈한 상태다. 출범 당시 100명에 육박했던 직원 수는 7월 말을 기점으로 상당수가 퇴직하면서 급감했고, 지금은 30여명 정도만 남아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남아있는 본사 직원들도 급여를 제때 받지 못해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아직 7월 분 급여를 받지 못했다.
7월 말 퇴직한 한 직원은 “상황이 어려운데 직원들 급여를 챙겨줄 상황이겠느냐”라며 “몇몇은 급여를 포기했다고 들었다. 여기까지 상황을 끌고 온 경영진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출범 후 경영진 4차례 바꿔…주주·경영진 책임론 나와
드림택배는 출범 이후 운행 중단을 선언하기까지 불과 7개월 동안 경영진이 무려 4차례나 변경됐다.
드림택배의 경영진은 출범 후 2개월에 한 번 꼴로 교체됐다. 이를 지켜봤던 내부 직원들과 협력업체들은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고, 일부에서는 경영진이 수시로 바뀌는 것을 두고 이미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5월부터 드림택배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했던 배경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경영진의 명패가 자주 교체되는 풍경은 쉽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맥락에 대해 내부 관계자들은 주주 간 분쟁이 불러온 참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회사의 안정화보다 주주 개개인이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하면서 사업이 어렵게 흘러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이들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하고 있다.
드림택배의 주주들은 투자를 유치시켜 회사를 살리겠다면서 대표이사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들은 단 한 건도 투자를 유치시키지 못했다. 문제는 투자 유치와는 별개로 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영진 중에는 택배서비스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특정 지역의 드림택배 지점이나 간선차량과 도급사 등을 직접 운영하는 이들이 배치돼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할 수 있는 구조를 확립하지 못했다는 관계자들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본사가 운영 효율화를 이유로 터미널 축소 등의 계획을 수립해도 이들의 반대로 무산되는 일이 벌어지는 등 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개선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드림택배 퇴직 임원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몇몇 경영진의 그릇된 인식과 관행이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었다”며, “경영진의 일부가 사임한 이유 역시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겠다고 나선 이들과 다투다 밀려난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사의 사정은 등한시하고 잿밥에 관심을 쏟던 경영진들로 인해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며 “마지막까지 정상화를 위해 힘썼는데 결국 최악의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청산절차에 무게…협력사 피해 클 듯
지속되는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드림택배 지점과 영업소들은 대형 택배업체로 흡수되기를 기대해왔다.
실제로 드림택배 본사 내부에 T/F팀이 구성되어 대형 택배업체와 수차례 미팅을 진행하기도 했고 세부적인 협의도 논의됐다. 그러나 드림택배가 안고 있는 부채 등 여러 위험요인(리스크)으로 인해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드림택배에 새롭게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형 택배업체로 흡수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으나 사실상 무산되면서 조직도 무너지게 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드림택배의 향후 행보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전문가들은 드림택배의 운영 중단을 고심하는 사업 포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며, 청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제는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이들이다. 일부 영업소들은 본사에 입금할 돈을 지불하지 않은 상태라 타격이 적을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일선에서 배송서비스를 제공해왔던 대다수 영업소들의 피해는 적지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됐던 협력업체들의 미수금은 수백억 원에 달한다. 또한 드림택배 브랜드 출범에 앞서 사실상 전신이었던 KG로지스가 유엘로지스로 인수될 때 인계된 미수금도 상당수였던 것으로 알려져 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피해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가운데 택배기사들과 터미널 등 현장에서 일했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그동안 밀린 임금도 받지 못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