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충전소 장벽 탓 말고, 물류현실 파악해 실현 방안 찾아야
미래 육상운송 물류시장을 담당할 하드웨어로 수소연료를 이용한 상용트럭의 기술력이 주목받으면서 풀어야 할 숙제도 산더미 다. 이에 따라 향후 상용 수소차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선 현재 육상운송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운송시장의 경우 배터리를 이용한 상용차 보단 수소트럭이 새로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여 전 세계 수소 상용차시장을 주도할 전략 찾기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외 물류시장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육상운송 트럭시장의 경우 전기차 보단 수소연료를 이용한 하드웨어 구축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당장 대형 트럭시장에서 벤츠트럭을 비롯해 볼보 등의 경우 전기 상용차보단 수소연료를 이용하는 트럭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수소차량 개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역시 대형 수소트럭 생산을 본격화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 육상운송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수소연료를 이용한 중대형 상용트럭 제조 기술력 확보와 더불어 정부의 수소충전소 확대 정책의 조화를 통해 노하우를 쌓는 것도 절실한 시점이다. 문제는 이 시장 확대가 민간기업 혼자서는 어렵다는 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와 수소트럭을 상용화한 국가인 대한민국이 미래 육상운송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무엇을 우선해야 할지 점검해 보고, 수소연료 트럭산업의 현 트렌드와 향후 시장 확산을 전망해 봤다.
◆독일 벤츠 · 현대차등 글로벌 상용차 기업들, 수소 트럭개발 적극
일반 승용차 시장에서 내연기관 차량들이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는 반면 육상운송 물류시장에서의 차세대 하드웨어로 배터리를 기반 한 전기차량이 아닌 수소연료를 이용한 차세대 차량이 주목받고 있다. 당장 메르세데스 벤츠 모기업인 독일 다임러는 최근 트럭 부문에서 수소트럭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독일 정부 역시 이에 대한 지원에 적극이다.
이 같은 전략은 전기차로 시장을 확대해온 테슬라를 비롯해 폭스바겐 등 경쟁사들이 상용트럭 부문에서도 전기를 이용한 대형 트럭제조를 고집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 행보다. 당장 다임러트럭 AG는 장거리용 수소트럭 ‘GenH2’를 오는 2027년에 출시하겠다고 밝히고 관련 행보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미래 수소 상용트럭 시장전망을 밝게 보는 다임러는 이미 지난 4월 수소트럭 주행 테스트를 시작했고, 올해부터 일반 도로에서 시범 운행을 통해 1회 충전 시 주행 목표를 1000km 이상으로 잡는 등 관련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편 일선 상용트럭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트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짧은 주행 거리가 아쉽다”면서 “중대형 SUV와 상용차가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디젤차량이 많은 만큼 수소트럭으로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다임러는 운송트럭의 경우 승용차 시장처럼 전기차에만 집중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마르틴 다움 다임러 트럭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수소연료전지 트럭이 기술적 걸림돌과 일부의 회의적 시선에도 불구, 향후 육상물류시장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데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테슬라나 폭스바겐처럼 배터리 전기차에만 의존하는 것은 미래 시장을 위험하게 할 수 있으며,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특정 소재의 희소성과 함께 전력 공급망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단점도 전기상용차 미래에 위험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소 충전소만 구축하면 되는 수소트럭과 버스야 말로 미래 물류 운송부분에서 전기트럭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높다. 이 때문에 다임러 트럭은 향후 물류 운송부문에서 수소상용차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육상운송 트럭시장 강자인 볼보 트럭도 다임러와 합작, 수소연료전지 합작벤처 셀센트릭을 출범시키면서 관련시장 선점 행보를 빨리하며 오는 2025년 수소연료전지 생산 시작을 예고했다.
한편 다임러 트럭은 올해 하반기에는 산하 트럭부문인 다임러 트럭을 아예 분사할 계획도 밝혀 미래 수소연료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 세계 1위 기술력 갖춘 현대차, 국내 물류시장 테스트 베드화 해야
글로벌 상용차 시장의 강자인 다임러 트럭의 행보와 맞물려 최근 수소차 제조 기술력을 갖춘 현대차의 상용 대형 수소트럭 액시언트 출시는 향후 육상운송 물류시장에서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통상적으로 육상운송을 담당하는 중대형 물류부문 트럭의 경우 주행거리가 길고 순간 힘이 큰 디젤 엔진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탄소 배출량이 많은 단점으로 상용차 시장에서도 현대자동차 수소트럭이 각광받고 있다. 이는 글로벌 육상 운송시장에서 탈(脫) 탄소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동력원으로 수소가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기 때문.
한편 현대차는 2020년 기준 수소차 세계 점유율 78.3%(6만5000대)로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전체 상용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미미하지만, 세계 최초로 승용부문 수소차 양산 모델을 내놓았고, 2018년엔 수소전용 모델인 넥쏘를 출시, 관련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대차는 외국계가 주류를 이룬 상용트럭 시장에서도 차세대 차량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그 주인공이 현대차의 대형 수소 전기트럭 ‘엑시언트(XCIENT Fuel Cell)’ 다. 엑시언트는 1회 충전으로 400km 운행이 가능하며 지난해 수출한 스위스 지역에선 주행 거리 당 지불 방식으로 수소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상용수소트럭들의 운행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신규 충전소확보와 더불어 현대차의 수소연료 자동차 기술력을 쫒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다. 최근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장인 김세훈 부사장은 ‘수소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1’에서 “현대차가 수소차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충전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지적했다. 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이 국내 여러 규제로 인해 지지부진한데 따른 읍소인 셈이다.
반면 육상물류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대형 트레일러 트럭을 운전하는 차주 임 모씨는 “국내 육상운송시장의 경우 가장 먼 거리가 ‘서울-부산’인데 450Km 내외”라며 “현대차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면 대형 상용 수소트럭 주요 운송 루트를 따라 현 규제와 별개로 충전소 구축은 큰 어려움 없다” 지적했다.
또 다른 부산지역 운수회사 이광한 대표 역시 “국내 대형 상용트럭의 경우 현재 안전운임제 구간에서 빈도수가 높은 화물터미널 위주로 수소충전소를 구축해 대형 트럭을 중심으로 수소트럭을 대중화할 수 있다”며 “현대차가 규제를 이유로 수소충전소 구축에 정부 정책 탓만 말고, 새로운 수소트럭 운송 물류생태계를 면밀히 점검한 뒤 국내 육상 물류시장에 맞는 수소충전소를 구축안을 토대로 친환경 육상운송 물류시스템을 주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친환경 상용차 의무판매 제도를 오는 2024년 도입할 계획이다. 따라서 현대자동차가 하루빨리 국내 화물트럭 터미널을 중심으로 수소충전소 구축에 나서면서 노하우를 축적하면 미국시장으로의 수소트럭 수출에도 날개를 달 수 있을 전망이다.
이는 미국 육상운송 물류시장 역시 대형 트럭들의 주행 루트가 일정하게 구축되어 있어 빈도수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수소충전소 설치가 용이하기 때문. 이에 따라 국내 시장 역시 수소충전소 설치를 서둘러 충분한 테스트를 거칠 경우 글로벌 운송시장에서 K 상용트럭 시장 선점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이웃 나라 중국의 경우도 수소 상용차에 집중하고 있어 미래 시장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중국의 경우 수소차 초기 시장을 상용차 60%, 승용차 40% 비중으로 잡고, 상용차 중심의 수소차 보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따라서 국내 수소상용차 시장을 연착륙시킬 경우 육상운송 물류시장이 가장 큰 미국과 중국시장 공략에도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경영은 단순 트렌드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고의 수소차 제조 기술력을 갖춘 현대자동차와 정부의 발 빠른 정책적 지원 행보가 맞아 떨어질 경우 미래 상용차 시장에서 K물류를 펼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젤 트럭은 점차 시장에서 퇴출속도를 빨리하고 그 자리를 수소 상용트럭이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미래 육상운송 물류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우리기업과 정부가 무엇을 우선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